2013년 11월 4일 월요일

내 인생의 중반에

지난 주 일요일이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Shake Shack 에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TV 에서 패트리어츠의 풋볼 경기가 하고 있었다.

가끔 가는 체스트넛 힐에 있는 Shake Shack. 개인적으로 버거보다는 쉐이크가 맛난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햄버거를 다 먹고 가게를 나설 무렵에는 2쿼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상대는 마이애미 돌핀스였는데, 사실 전력 상으로는 패츠의 상대가 되지 않는 팀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비록 2쿼터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패츠가 발리고 있었다. 2쿼터가 끝날 때 점수가 17대3, 단순히 점수가 차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패츠의 공격은 러닝과 패싱 모두 꽉 막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고, 수비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2013 NFL 8주차에서 만난 마이애미 돌핀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쿼터백 탐 브래디는 연신 바닥에 드러눕는 반면에, 돌핀스의 리시버들은 연신 패스를 받아가면 쭉쭉 나아가고 있었다. 이번 주도 이렇게 패배하는가 보다 하면서 Shake Shack 을 나섰다.

가족들과 쇼핑도 하고 재밌게 놀고 나서 저녁이 되서야 집에 들어 왔다. 당연히 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적으로 패츠 경기 결과를 찾아 봤는데, 오히려 27대17로 이겼다. 부랴부랴 하이라이트를 찾아 봤더니, 전반전에는 완전 말아먹었던 패츠가 후반에는 그야말로 날라다녔다.

궁금해서 전체 경기를 찾아봤다. 한 마디로 전반전의 패츠와 후반전의 패츠는 완전 다른 팀이었다.

전반전에는 돌핀스의 패스 러시에 고전하며 번번히 경기장 바닥에 드러눕던 쿼터백 브래디의 패싱 공격이 후반전에는 살아났다. 점수만 놓고 보더라도 전반전에 3점에 그쳤던 패츠의 공격은 후반전에 24점을 득점했다.

단순히 공격만 살아난 것이 아니다. 수비 역시 활기를 찾으면서 돌핀스를 후반전에는 0점으로 묶어 버렸다.

불과 몇 십 분 사이에 이렇게 팀이 달라질 수 있을까?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빌 벨리칙 감독의 전술이 먹힌 것일지, 쿼터백 브래디를 중심으로 한 고참 선수들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것인지, 선수들 스스로 정신을 차린 것인지...

어쨌든 전반을 말아먹은 패츠는 후반전에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인생에서도 이런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인생의 초반에 말아먹은 인생이라도, 후반에 정신 차리고 달리면 빛나는 노년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나이가 지금 34. 요즘 한국 남자의 평균 수명이 78세니까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한 셈이다.

패츠 경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뭘 바라보고 있는지, 내가 지금 원하고 있는 건 뭔지.

지금 나한테 가장 소중한 건 내 가족, 내 아내와 딸. 내가 가족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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